한국주민자치학회는 1월 9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 태화빌딩에서 제1284회 주민자치 연구세미나를 개최했습니다. 좌장은 박경하 교수, 발제는 윤해동 한양대학교 교수, 지정토론은 최흥석 고려대학교 교수, 윤왕희 성균관대학교 미래전략연구원 선임연구원, 공석기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 교수가 맡아 주민자치와 공공성의 역사적·이론적 의미를 논의했습니다. 이번 세미나는 식민지공공성과 지구시대 새정치 개념을 통해 한국 지방행정과 주민자치 논의를 확장하기 위해 마련됐습니다.
발제자인 윤해동 한양대학교 교수는 조선 왕조부터 현대에 이르는 한국 정치·행정 질서의 장기적 흐름을 재구성하며 주민자치 논의를 역사적 맥락 속에서 해석했습니다. 조선을 유교적 관료국가로 규정하며 군현제와 과거제를 기반으로 한 중앙집권적 관료체제가 국가 안정성을 유지한 핵심 구조였다고 설명했습니다. 동시에 향촌 지배 체계와 공동체 조직이 병존하며 국가 권력과 지역 공동체가 결합된 이중구조가 형성됐다고 분석했습니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향약과 동계 등 공동체 조직은 단순한 지방 통치 보조가 아니라 공동체 자치의 초기 형태로 이해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국가 권력 내부에 이미 자치적 요소가 내재해 있었으며 이는 이후 주민자치 논의를 역사적으로 재해석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조선 사회의 지방 지배는 단일한 중앙 통치가 아니라 다양한 권력 층위가 결합된 복합적 거버넌스였다고 평가했습니다.
식민지 시기 행정개혁은 근대 관료제 도입이라는 측면과 자치의 제약이라는 이중성을 동시에 지녔다고 분석했습니다. 군현제가 해체되고 도–면 중심 행정체계가 형성되면서 근대적 문서주의와 비인격적 행정이 자리 잡았지만, 기존 향촌 공동체 질서와 긴장이 발생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조선인 군수의 권한 약화 사례를 통해 식민지 행정이 근대화와 동일시될 수 없음을 지적했습니다.
발제의 핵심 개념으로 제시된 ‘식민지공공성’은 협력과 저항이라는 이분법을 넘어 형성된 회색지대의 공공 영역으로 설명됐습니다. 도회와 면협의회 등 제한적 자치기구가 조선인들에게 공공 문제를 논의하고 정치적 언어를 형성하는 공간을 제공했으며, 이는 참여적 저항과 정치적 학습의 장이었다고 평가했습니다. 공공성은 사회적 문제가 정치화되는 과정에서 형성된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오늘날 한국 사회가 직면한 저출산·고령화와 수도권 집중 문제를 ‘지구시대’의 구조적 조건으로 진단하며 새정치의 필요성을 제시했습니다. 기존 공·사 구분을 넘어서는 새로운 정치 공간과 메트로폴리탄 간 협력, 광역 행정 통합과 군 단위 활용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주민자치는 이러한 전환 속에서 공공성을 재구성하는 핵심 정치 실험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토론자인 최흥석 고려대학교 교수는 발제가 조선부터 근대에 이르는 지방체제 변화를 장기적 시각에서 재해석한 점을 높이 평가했습니다. 특히 효율성 중심으로 설계된 현재 지방행정 체계가 대표성과 반응성을 약화시켰다고 지적하며, 지방소멸과 수도권 집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민 대표성과 정치적 참여 구조의 복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윤왕희 성균관대학교 미래전략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공공성 개념을 역사적 맥락 속에서 재구성한 발제의 의의를 인정하면서도 오늘날 주민자치 제도와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지에 대한 실천적 논의가 더 필요하다고 제언했습니다. 특히 공공성이 제도 설계와 지역 거버넌스에서 어떤 방식으로 구현될 수 있는지 추가 검토가 요구된다고 평가했습니다.
공석기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 교수는 식민지공공성 개념이 한국 정치사의 복합성을 설명하는 데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고 평가했습니다. 동시에 광역화와 도시 집중이 심화되는 현실에서 새정치 논의가 지역 간 협력 구조와 행정 체계 개편 논의로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하며 주민자치의 공간적 재구성이 필요하다고 제시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 <주민자치> 홈페이지에 게재된 기사 전문을 통해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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