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주민자치학회는 2025년 12월 12일 서울 인사동 태화빌딩에서 제1279회 주민자치 연구세미나를 개최했습니다. 좌장은 박경하 중앙대학교 명예교수가 맡았으며, 발제는 김치완 제주대학교 교수가 ‘지방자치의 관점에서 본 다산의 향약론’을 주제로 진행했습니다. 지정토론에는 전영평 월간 『주민자치』 편집인과 조성호 한경국립대 객원교수가 참여했습니다.
발제자인 김치완 제주대학교 교수는 한국 지방자치의 전개 과정을 중앙집권적 발전국가 모델의 한계에 대한 대응이라는 역사적 맥락 속에서 재해석했습니다. 1987년 헌법 개정과 1995년 단체장 직선제, 2006년 제주특별자치도 출범을 주요 분기점으로 제시했습니다. 이러한 흐름을 단순한 제도 변화가 아니라 국가 운영 원리의 전환 과정으로 보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특별자치도의 확산 역시 민주주의의 자동적 심화라기보다 경제적 효율성과 산업 전환 대응이라는 실용적 목적이 강하게 작동한 결과라고 분석했습니다. 분권이 곧 민주주의라는 통념을 경계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생활 세계의 민주적 역량과 책임성이 축적될 때 비로소 분권이 실질화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조선 후기 향약 논의를 이러한 문제의식과 연결해 재검토했습니다. 향약을 단순한 도덕 규약이 아니라 중앙 통치와 향촌 자율 사이의 긴장 속에서 형성된 정치적 장치로 보아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사림과 왕권의 역학 관계 속에서 향약이 통치 확장과 향촌 재편의 수단으로 기능했다고 분석했습니다.
다산은 목민심서 등에서 향약을 긍정하면서도 행정 체제의 정비와 지방관의 역량을 전제로 삼았습니다. 향약이 토호 세력에 장악될 경우 향권 독점과 부패, 향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결국 향약은 자치의 이상이라기보다 교화를 통한 예방적 사회 안정 장치였으며, 다산의 사상은 봉건적 한계를 지니면서도 당대에서는 개혁적 의미를 가졌다고 평가했습니다.
토론자인 전영평 월간 『주민자치』 편집인은 지난 30년 지방자치의 경험을 돌아보며 분권이 민주주의 심화로 이어졌는지에 근본적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중앙집권적 발전국가 모델이 반드시 반민주적이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분권의 성패는 제도 자체보다 주민의 자율성과 책임성, 민주적 관행의 축적에 달려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조성호 한경국립대 객원교수는 다산의 향약론을 안창호의 자치 사상과 비교하며 설명했습니다. 다산이 군주주권에 기반한 통합형 단체자치를 상정했다면 안창호는 주권재민에 기초한 아래로부터의 주민자치를 강조했다고 분석했습니다. 다산의 향약론은 오늘날 그대로 적용하기보다 국가와 공동체의 관계를 성찰하는 이론적 자원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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