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주민자치학회 제1275회 주민자치 연구세미나가 12월 5일 서울 인사동 태화빌딩에서 열렸습니다. 이날 윤주현 서울대 교수는 ‘공공서비스디자인’을 주제로 발제를 진행하며 디자인을 정책혁신의 새로운 동력으로 조명했습니다. 뒤이어 이대철 홍익대 교수, 나보리 성남시정연구원 연구위원, 최흥석 고려대 교수가 지정토론을 통해 논의를 확장했습니다.
윤주현 교수는 발제의 서두에서 디자인의 본질을 다시 물었다. “디자인은 더 이상 제품의 외형을 꾸미는 것이 아니라, 사회 속에서 벌어지는 낯설고 복잡하며 심각한 문제들을 해결해 나가는 과정이다.” 그는 디자인의 어원을 De+signare에서 찾으며, “기존 기호로부터 분리해 새로운 기호를 지시하는 일, 즉 세상의 의미를 새롭게 구성하는 행위가 바로 디자인”이라 강조했습니다.
이러한 확장적 정의는 공공영역에서 더욱 힘을 갖는다고 했습니다. 치매·안전·고령화·환경문제 등 행정이 다루는 과제는 점점 더 복잡계적 성격을 띠고 단일 부처와 기술, 예산만으로 해법을 찾기 어려워지고 있다고 했습니. 윤 교수는 이를 “VUCA 시대의 공공문제”라 규정하며, 이용자 경험을 기반으로 문제를 새롭게 정의하고,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실험과 조정의 과정을 통해 해답을 찾아가는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고 짚었습니다.
이 접근법을 구체화한 것이 바로 공공서비스디자인로, 윤 교수는 “정책의 품질은 국민이 경험하는 순간 결정된다”라며 정책 기획 초기부터 국민을 참여시키는 디자인 씽킹, 더블다이아몬드전략을 제시했습니다. 공감Empathize—문제정의Define—아이데이션Ideate—프로토타입Prototype—테스트Test—확산Assess으로 이어지는 순환적 실험 구조는 정책 실패 비용을 줄이고 실행력을 높이는 중요한 수단이 된다고 말했습니다.
윤 교수는 국내 성과 사례에 관해 생생한 설명을 덧붙였습니다. 부산 감천문화마을에서는 관광객 증가로 인한 사생활 침해, 주차문제, 난방 문제 등을 주민과 함께 관찰하고 분석해, 수요자 기반의 서비스 개선과 공유가치 창출로 이어졌다고 했습니다. 또 경기도 행복한 학교 만들기 사업에서는 학생 인터뷰와 관찰조사를 바탕으로 출결 확인 시스템 개선, 학습 경험 툴킷 개발 등을 실현하며 학생들의 행복지수를 끌어올렸다고 봤습니다. 이러한 실험들은 1만 명 이상 참여한 국민정책디자인단 운영으로 이어졌고 공공서비스디자인이 행정혁신의 제도적 기반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음을 입증했습니다.
윤 교수는 “이제 정책은 보고서가 아니라, 국민의 삶 속에서 완성되는 것”이라며, “국민이 스스로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책을 상상하는 과정이 민주주의의 질을 높이는 통로가 된다”고 발제를 마무리했습니다.
토론에서는 먼저 이대철 홍익대 교수가 발제 내용이 주민자치 기반 문화정책으로 확장될 가능성을 강조했습니다. 그는 덴마크 슈페르킬렌 사례를 들며 “주민이 자신의 정체성과 서사를 공공공간에 직접 남기는 방식이 공동체를 강화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문래동 철공소 거리의 도시재생 역시 주민과 예술가가 지역의 산업사를 조형 언어로 변환하며 지역 정체성을 되살린 대표적 사례로 꼽았습니다. 즉, 공공서비스디자인이 주민자치의 표현 방식과 연결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나보리 성남시정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실적 적용 조건을 짚었습니다. 공공서비스디자인이 문제 재정의, 협업 촉진, 프로토타입 실험, 주민 역량 강화에서 탁월한 강점을 보이나 대표성 편중, 예산·시간 제약, 공공성 판단의 어려움 등 현장적 제약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는 제도적 기반과 시민 디자인 리터러시 교육이 뒷받침될 때 그 가능성이 크게 확장될 것이라 전망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최흥석 고려대 교수는 정책 전달 체계 차원에서의 디자인을 강조했습니다. 그는 디자인을 “사람과 물리적 객체의 접점에서 발생하는 문제 해결”로 이해하며 프로세스와 구조를 다루는 행정학적 디자인과의 연결이 필요함을 제기했습니다. 또한 서울의 ‘디자인 서울’ 정책, 커뮤니티 디자인의 정체성 문제, 주민주도 디자인의 정당성 확보 등 다양한 실행 질문을 던지며 논의를 현실로 끌어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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