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1월 19~21일 울산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5 지방시대 엑스포’ 둘째 날인 20일 ‘지방자치 30주년 학술대회’ 첫 세션이 개최되었습니다. 좌장은 이현출 건국대 교수, 발제는 최흥석 고려대 교수, 지정토론은 홍형득 강원대 교수, 허훈 전 대진대 교수, 김이교 중앙대 객원교수, 김필두 한국주민자치학회 이사가 참여하였습니다. 이번 세션은 해외 주민자치 사례, 특히 대만을 중심으로 한국 주민자치의 구조적 재설계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되었습니다.
발제자인 최흥석 고려대 교수는 대만의 지방정부 체계를 직할시·현·시·향·진·구와 그 하부 리·촌 단위까지 설명하며 발표를 시작하였습니다. 리·촌장은 주민 직선으로 선출되는 4년 임기의 무급 명예직이지만 사무보조비를 지급받으며 평균 100~4000가구를 담당한다고 밝혔습니다. 2022년 기준 약 7748곳에서 선출되었고 평균 투표율은 60% 이상으로 주민 관심이 높다고 설명하였습니다.
평균 연령 59.58세, 남성 비율 80%, 무당적 당선 81.65%, 단독 후보 지역 39.4%라는 통계를 제시하며 생활정치 기반 대표성의 특징을 분석하였습니다. 대만은 중앙정부의 간여가 강한 구조 속에서 리·촌 선거를 중앙선관위가 관리한다고 설명하였습니다. 리·촌은 주민자치조직이면서 중앙정부의 하부 행정단위라는 점이 특징이라고 밝혔습니다.
상급 지자체가 리·촌에 전문 공무원을 파견하는 보도원 제도를 핵심 요소로 제시하였습니다. 주민대표인 리·촌장과 행정전문가가 팀을 이뤄 복지·재난대응·민원·예산집행 등을 수행한다고 설명하였습니다. 이 제도는 1990년대 초반 도입되어 고령화와 재난관리 수요 속에서 행정의 생활 밀착성을 강화해왔다고 평가하였습니다.
영국과 일본 사례를 비교하며 주민자치가 국가 전략 차원에서 재편되고 있다고 진단하였습니다. 한국은 중앙집권적 구조와 관료 주도 문화로 인해 주민자치의 독립적 통치체 형성이 어렵다고 지적하였습니다. 국가 차원의 법률 설계를 통해 공공서비스 종합성과 주민대표성을 결합한 전국 단위 주민자치 계층을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하였습니다.
토론자인 홍형득 강원대 교수는 대만 리·촌 자치를 행정체계의 말단이자 주민대표조직이라는 이중 구조로 규정하였습니다. 직선제를 통한 대표성과 파견 공무원과의 공식 협력 구조, 생활 밀착형 서비스 제공을 강점으로 평가하였습니다. 다만 주민총회나 주민투표 등 직접민주주의 요소가 부족하고 여성 대표성 및 지역 간 격차 문제를 한계로 지적하였습니다. 한국은 법적 지위·권한·재정이라는 실질적 자치 기반을 읍면동에 부여해야 한다고 제언하였습니다.
토론자인 허훈 전 대진대 교수는 대만의 촌·리 자치를 인구감소 시대 생활거점 미시 거버넌스 모델로 평가하였습니다. 리·촌이 최기층 민주주의의 핵심이지만 행정 과부하와 시민사회 연계 부족이라는 과제를 안고 있다고 분석하였습니다. 인구 감소 시대에는 생활단위 자치조직이 강할수록 서비스 공백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하였습니다. 작은 단위 자치가 지역 회복탄력성을 높인다는 점을 한국에 주는 시사점으로 제시하였습니다.
김이교 중앙대 객원교수는 대만 사례가 한국 주민자치회의 법적 지위 부재 문제를 드러낸다고 진단하였습니다. 대만 리·촌장은 법적 권한을 가진 주민대표이지만 한국 주민자치회는 행정 위탁형 임의조직이라는 차이를 지적하였습니다. 자율성과 책임성을 확보하려면 법적 지위, 자치사무 이양, 자주재정 보장이 필요하다고 강조하였습니다. 주민자치는 행정 보조수단이 아니라 생활단위 민주주의로 재정립되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김필두 한국주민자치학회 이사는 서면 토론에서 대만 모델이 민주성·전문성·효율성의 조화를 보여준다고 평가하였습니다. 국가가 주민자치를 능동적으로 생성해야 한다는 점을 핵심 메시지로 제시하였습니다. 지원과 통제의 경계 설정, 탈정치화와 지역 토호화 위험, 한국 행정체계와의 정합성을 주요 쟁점으로 제기하였습니다. 한국형 적용을 위해 제도 설계 차원의 정교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제언하였습니다.
두 번째 세션은 주민자치 재창설을 둘러싼 철학적·제도적 논쟁의 장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좌장은 전상직 한국주민자치학회장, 발제는 김찬동 충남대 교수, 지정토론은 하혜수 경북대 교수, 윤왕희 성균관대 미래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전영평 월간 〈주민자치〉 편집인(대구대 명예교수), 조성호 한경국립대 객원교수가 맡았습니다. 참석자들은 주민주권, 헌법 개정, 정당제도, 통·리 단위 자치까지 폭넓은 재설계 방안을 제시하였습니다.
발제자인 김찬동 충남대 교수는 「주민자치제도 정립과 활성화 방안」을 통해 한국 지방자치 30년을 근본적으로 재설계해야 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헌법상 국민주권이 여전히 미완의 과제이듯 지방자치 역시 진행 중인 과제라고 진단하였습니다. 현행 지방자치법이 행정관리 중심의 제도에 머물러 주민자치의 자율성·공공성·공동체성 가치를 충분히 담지 못했다고 비판하였습니다. 지난 35년의 지방자치가 주민이 아닌 정부영역 시각에서 설계되었다고 평가하였습니다.
주민자치의 본질과 관련해 그는 자치권의 원천을 국가전래설과 고유권설의 대비 속에서 설명하였습니다. 한국 제도는 여전히 국가전래설에 기초한 단체자치가 지배적이라고 지적하였습니다. 21세기 주민자치는 주민자치권을 고유권으로 재설계해야 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다만 국가의 제도보장 기능과 자치의 자율성을 균형 있게 재구성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또한 현재 주민자치회·주민참여예산 등이 행정이 통제권을 쥔 외부통제형 참여방식에 머물러 있다고 비판하였습니다. 이는 행정 필요에 따라 동원되는 참여이며 주민 역량이 축적되지 않는 구조라고 설명하였습니다. 시민사회가 스스로 결정하고 책임지는 내부통제형 참여방식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하였습니다. 주민자치의 실질화는 참여 구조의 근본적 전환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역사적 맥락에서는 향회조규와 1952년 지방선거 경험을 언급하며 한국도 이미 리·동 단위 자치를 경험했다고 환기하였습니다. 이는 주민자치가 전혀 새로운 제도가 아니라 역사적 자산을 가진 영역임을 보여준다고 설명하였습니다. 군사정권과 중앙집권으로 좌절된 경험을 창조적으로 계승해야 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과거의 제도적 가능성을 현대적으로 복원해야 한다고 강조하였습니다.
제도설계 차원에서는 정당법·선거법 등 외부 제도까지 포함한 종합 개편을 제안하였습니다. 정당공천제와 중앙집중적 정당구조가 근린정치를 제약한다고 보았습니다. 정당 쟁점을 공식적으로 다루지 않는 자치공동체 구조, 자치담당 관료의 정당중립, 지역 단위 주민자치정당 설계 가능성 등을 제시하였습니다. 요컨대 통·리 단위 기반의 내부통제형 주민자치로 전환하는 제도혁명을 촉구하였습니다.
토론자인 하혜수 경북대 교수는 주민자치를 수동적 공화정을 적극적 공화정으로 전환하는 장치로 규정하였습니다. 현행 헌법 제118조 등이 주민자치 발전에 구조적 제약으로 작용한다고 분석하였습니다. 장기적으로 헌법 개정을 통해 주민총회제를 제도화해야 한다고 제안하였습니다. 동시에 법률에 근거한 읍·면·동 주민총회 도입과 재정 분권 장치를 병행할 필요성을 강조하였습니다.
윤왕희 성균관대 미래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외부통제에서 내부통제로의 전환이라는 문제의식에 원칙적으로 동의하였습니다. 주민이 스스로 결정하고 책임지는 구조가 마련돼야 시민사회 역량이 축적된다고 평가하였습니다. 다만 탈정당화보다는 시민성 강화와 정당체계의 건강한 재구축이 필요하다고 보았습니다. 근린정치가 정치 이슈를 배제하는 방식으로 오해될 가능성에 우려를 제기하였습니다.
전영평 월간 〈주민자치〉 편집인은 주민자치가 정책소외 영역에 머물러온 구조를 지적하였습니다. 지방분권은 강한 옹호집단이 있는 반면 주민자치는 이해집단이 약해 구조적 불평등이 재생산된다고 분석하였습니다. 자치 규모 축소와 통·리 단위 강화, 주민자치회 유형 다양화가 필요하다고 제안하였습니다. 주민자치의 존재 이유를 사회자본과 공동체 재생 차원에서 체계화해야 한다고 강조하였습니다.
조성호 한경국립대 객원교수는 읍·면·동 주민자치회를 넘어 통·리 주민자치회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현재 읍·면·동 규모는 주민참여가 상향적으로 작동하기에 과도하게 크다고 지적하였습니다. 통·리 단위에 전 주민이 참여하는 회의를 설치해 생활밀착형 자치를 제도화해야 한다고 제안하였습니다. 통·리장을 주민 직선으로 선출하고 읍·면·동 주민자치회는 협의회형 상위 네트워크로 재구성해야 한다고 강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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