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자치학회는 2006년 창립한 현장 중심형 학술단체로서
주민자치 실질화를 통해 지역과 국가발전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주민자치는 필요조건으로‘ 분권’, 충분조건으로는 ‘자치’를 요청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분권에 대해서 매우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으며, 중앙정부에서 자치단체로 하는 분권만이 아니라 지역 주민에게로의 분권도 강조하고 있다.

주민자치의 필요조건은 분권이다. 첫째, 마을을 주민들에게 경영할 수 있도록 내줘야 한다. 그래야 자발성이 싹튼다. 둘째, 주민들이 서로 연대하고 협동할 수 있는 지역사회를 온전히 주민들에게 내줘야 한다. 그래야 자주성이 형성된다.


셋째, 지역과 사회의 공공을 위한 사업을 온전하게 주민들에게 내줘야 한다. 사업에 있어서 분권은 투입-(계획-실행-평가)-산출의 전 과정을 주민들이 할 수 있도록 분권을 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자율성이 형성된다.


주민자치의 충분조건의 자치다. 첫째, 주민자치는 주민들의 자발성으로 출발한다. 자발성은 주민자치의 동기로서 마을을 나의 마을로 승인하는 것이다. 둘째, 주민자치는 자주성으로 성립한다. 주민들이 이웃과 함께 마을의 주인이 되는 지평에 올라서는 것을 말한다. 셋째, 주민자치는 자율성으로 완성된다. 자율성은 자기입법으로 경험과 지
혜를 축적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한국의 주민자치정책을 평가해보면, 먼저 1999년 주민자치위원회와 2013년 시범실시주민자치회는 태생이 주민자치가 아니라, 읍·면·동 구조조정이나 행정체제개편의 일환으로 제기돼서 주민자치의 잣대로 재어보면 분권도 자치도 없다.

 


 

금천구 주민자치회 조례
서울시의 찾동정책의 선봉에 나서서 주민자치를 혁신하겠다고 조례를 제정한 금천구 주민자치회 조례(2017.10.13. 조례 제943호)를 주민자치의 분권과 자치의 잣대로 살펴보자.


마을성 조례에 마을을 주민들에게 분권해주는 내용은 없다. 자치계획 수립을 명시하고 있으나, 자치계획은 주민자치를 하라는 분권이 아니라 주민자치회가 금천구청장에게 보고하도록 요구하는 보고서에 부과한 것으로 강요에 지나지 않는다.

주민들의 자발성을 형성할 수도 끌어낼 수도 없는 행정편의주의를 노정하는 것에 불과하다. 주민성 주민을 주민자치회 회원으로 규정하지도 않으면서 주민의 0.5% 이상의 참석을 ‘주민총회’라고 간주하겠다는 것은 기망에 불과하다. 주민자치회 위원을 주민의 선출이 아니라 동장이 선정하도록 하고 있으며, 주민자치운영협의회에는 동별 주민자치회장(10명) 외에 구청장이 임의로 위촉하는 협의회원(12명)을 추가해 주민자치회의 자치를 심각하게 유린하고 있다. 주민의 자주성에 심각한 타격을 가하는 것이다.


사업성 주민자치센터(자치회관)를 주민자치회에 위탁한다고 하고 있으나, 투입-(계획-실행-평가)-산출 중에서 실행만하라는 요구에 불과하며, 주민자치회가 자율적으로 경영할 수 있는 자치의 조건에는 크게 미치지 못한다. 금천구의 주민자치 조례는 분권과 자치 측면에서 실패했으며, 자칫 주민자치회까지 민간위탁의 형식으로 전락할 수 있는 위험을 구조적으로 내포하고 있다.

 


 

담양군 주민자치 활성화 조례 안
담양군 주민자치 활성화 조례 안은 아직도 축조 중에 있으며, 2013년 주민자치위원회와 2013년 시범실시 주민자치회의 틀을 그대로 답습하지만, 분권과 자치의 측면에서 몇 가지 중요한 시사점이 있다.


마을성 마을자치회는 진전이 있는 발상이다. 주민들이 직선하는 리장에게 주민자치기능을 부여하고, 리 지역의 중심이었던 개발위원회의 기능도 부여해 마을자치의 상당부분을 분권하고 있으며, 자치가 형성될 수 있도록 기획하고 있다.

 

주민성 통·리장 제도는 일제강점기의 유산으로 주민자치를 저해하는 반자치적인 제도지만, 그동안의 역사성으로 통·리는 주민자치의 중요한 자산이며 충분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 그것을 잘 살리고 있다. 최초로 주민에 기반 한 주민자치회를 기획하고 있는 것이다.


사업성 조례상으로는 사업에 대한 특별한 규정이 발견되지 않으나 조례 전반에 흐르는 흐름 속에는 주민들이 수행 가능한 사업을 마을자치회나 읍·면 자치회에 분권하려는 노력이 보인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관료에 의한 재가가 전제돼 있어서 주민자치 원칙에는 미치지 못하는 조항이 다수지만 진전이 있는 조례라 할 수 있다.


금천구와 담양군의 조례를 보면서 주민자치정책에 대한 연구와 기획이 어느 정도 부실한지 가늠해 볼 수 있다. 굳이 평가하라면‘ 큰일 났다’다. 분권하려는 의지는 있지만 분권력이 부족하고, 자치를 했으면 하지만 자치력이 부족하다.


박원순 서울시장 임기 초기에 서울시의 책임있는 간부의 발언이 귀에 쟁쟁하다. “오세훈 시장 시기에 자치구의 과장들과 동장들에게 주민자치정책 교육을 실시했는데, 그것이 매우 불편하니 없애 달라고 요청하자 행정국에서 내가 나서서 불문곡직하고 없앴다”며 무용담처럼 말했다. 그 말이 주민자치 발전에 얼마나 큰 과오인지, 관료의 무지한 오만인지를 지금이라도 깨닫기 바란다.


주민자치를 분권하자면, 주민들이 자치로 승인-실행할 수 있도록 기획하는 분권력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공부의 기회마저 걷어차는 관료들이수립한 서울시의 기획에 비해서 담양군의 기획이 어설프지만 훨씬 더 진전이 있다. 주민자치는 머리로 하는 것이 아니라 가슴으로 하는 것이며, 엘리트가 하는 것이 아니라 무지랭이 주민들이 하는 것이다. 주민자치는 진정성으로만 이뤄진다.

 

2017년 12월

전상직 한국자치학회장

Posted by 한국자치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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